[문예마당] 한여름의 막바지에서
따가운 해님의 화살에 꽂혀, 진이 빠져서 여름에 신물이 났다 아직도 얼마나 더 같이 살아야 하나 손꼽아 본다 “어여 어여가거라”하며 .... 수박이니 복숭아, 물 많고 감칠맛 나는 것 즐기기는 했지만 가을이 문지방을 넘기도 전부터 마음은 가을에 가 있다 9월이 됐다 아! 가을인가! 해 본다 아직은 아니다 여름은 그리 쉽게 물러가지 않는다 할 일이 남아있다 벼도 더 여물어야 하고 사과는 더 태워야 하고 배도 물이 더 올라와야 하고 밤송이도 더 알을 키워야 한다 맛난 이쁜이들 더 맛있게 하려고 해님은 논두렁, 밭두렁, 과수원 들리느라 연일 바쁘다 정말 가을이 됐을 때 바구니 가득 채울 생각을 하며 지글거리는 해님께 고마워한다 좋은 일이 생기려면 참고, 기다리기를 해야 한다 정화성 / 시인문예마당 한여름 막바지 논두렁 밭두렁